Piece 47: Pan
Designer: Bent Karlby (b.1912-d.1998)
Manufacturer: LYFA
Year: 1970 (relaunched 2020)
덴마크의 가장 오래된 조명 회사 중 하나인 LYFA는 1903년 처음 문을 열었다. 좋은 빛에 대한 연구와 장인 정신과 전통에 대한 열정을 통해 훌륭한 디자인을 선보이던 LYFA는 1970년대 후반에 이르러 여러 번의 인수합병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1991년 마지막으로 Horn Belysning에 합병되어 조명 회사로서 자리를 지켜오다가 결국 1998년 문을 닫게 된다. 완전히 사라진 듯했던 LYFA가 2020년, 다시 세상의 빛을 보기 전에 걸린 시간은 20년보다 더 긴 세월.
LYFA는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1946년부터 1978년까지의 디자인 중 9개의 아이코닉한 제품을 엄선하여 코펜하겐의 “3 days of design” 이벤트에서 재런칭했다. 컬렉션은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세련되고 조각 작품 같은 외형을 가진 조명들로 특징지어졌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조명들의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은 LYFA를 영향력 있는 조명회사로 다시금 자리 잡게 했다. 오늘 소개하는 조명은 이 9개의 클래식 조명 중 특히 시대상이 돋보이는 조명, Bent Karlby의 Pan 시리즈이다.
조명 디자이너 Bent Karlby는 LYFA와 40여 년이나 함께 하며 LYFA가 추구하는 ‘일상생활의 빛’이 되는 조명을 만들고자 하였다. LYFA를 위해 디자인 한 수많은 작품 중 Pan 시리즈는 그가 순수한 기하학적인 형태에 많은 영감을 받던 시기에 만든 작품이다. 오르간 파이프 혹은 팬 플루트 Pan flute를 연상시키는 알루미늄 파이프와 비스듬한 컷 아웃을 특징으로 하는 오리지널 Pan 조명은 알루미늄으로 마감된 외부와 달리 파이프 안쪽에 컬러가 칠해져 있다. 이는 팝아트와 Space age 스타일이 유행하던 당시 시대상을 잘 반영한다.
LYFA가 새롭게 론칭한 후 Pan의 안쪽과 외부가 같은 모노크롬한 알루미늄 표면으로 바뀌어 어느 공간에도 잘 녹아들며 모던하고 엘레강스한 느낌을 주게 되었다. 재런칭한 Pan 시리즈는 2가지 사이즈의 벽 조명과 펜던트 버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이프가 짧고 와이드한 PAN95, 파이프가 길고 얇은 버전인 PAN50은 깊숙이 자리 잡은 전구를 교체하기 위해 벽 조명의 짧은 길이의 반쪽을 분리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알루미늄 파이프 안에서 반사되어 원통 끝자락에서 위로 퍼지는 빛은 장식적이고 부드러운 빛을 내고, 아래로 퍼지는 빛은 기능적인 조도를 전달한다. 반면, 펜던트 버전 PAN190은 벽 조명과는 조금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12개의 알루미늄 파이프가 모여 또 하나의 원통을 만든다. 이 원통 안에는 빛을 고르게 퍼지게 하는 원통형의 반투명 플라스틱이 튜브들을 가로지르듯 연결시키고 있다. 플라스틱 디퓨져를 거친 빛은 각 파이프의 컷아웃으로 부드럽게 새어나가 심미적인 효과를 내고 파이프들로 된 원통 위아래로는 알루미늄 표면에 반사된 빛들이 기능적인 효과를 내는 역할을 한다. 불이 꺼져있을 때 마치 조각품 같은 느낌을 주는 조명으로, 오늘날까지 심플하지만 강렬한 디자인의 좋은 예로 손꼽힌다.
+About designer
20세기 덴마크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Bent Karlby. 벽지 디자이너 및 건축가로 활동하기도 하였지만 조명 디자이너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가장 다재다능하고 다작한 덴마크의 조명 디자이너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Århus에서 기술학교를 졸업한 후 세계 2차대전을 겪으며 어수선해진 시국에 사회운동가로 활약하다가 1943년 스웨덴에서 그의 첫 스튜디오를 열며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1950년대에 덴마크로 돌아와 유기적인 모양을 기반으로 핍홀 peephole(밖을 볼 수 있는 문에 난 작은 구멍)과 같은 디테일을 이용해 조명을 부드럽게 여과해 주는 간접 조명을 주로 만들었다. 그의 커리어 후반부터는 컬러풀한 원색을 즐겨 사용했으며 원뿔 모양, 원기둥 모양, 아치 arch와 같은 순수한 기하학적인 형태를 한 조명을 디자인했다. 동시대의 사람들과 달리, Karlby는 그의 작업실에 직원들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방식대로 작업하는 것을 고수했으며 타협하지 않는 직업윤리로 유명하다. 1940년대부터 조명기구 회사 Lyfa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40여 년 동안이나 끈끈한 협업을 통해 Peanuts, Pan series, Omega 등의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