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ce 49: Flamingo 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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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 Antoni Arola (b.1960)

Manufacturer: Vibia

Year: 2015 (2023 for mini version)



어느덧 시린 꽃샘추위와 봄비가 스쳐 가고, 제법 따스해진 기온이 봄을 알린다. 만개하는 봄꽃, 길어지는 오후 햇살, 이사 철을 알리며 부쩍 들썩이는 거대한 트럭들 속에서 4월을 느낀다. 괜스레 싱숭생숭해지는 이 환절기에는 왠지 내가 머무는 공간에도 변화를 주고 싶어지는 법이다. 가벼워지는 옷차림 마냥 묵은 겨울의 때를 벗기고 분위기를 밝히는 산뜻한 제품들이 끌리는 계절, 봄이다. 

Antoni Arola의 조명 플라밍고 Flamingo의 퍼포먼스는 가볍다. 일반적으로는 사용된 재료 때문에 가벼운 느낌을 주는 조명들이 많지만 플라밍고는 조금 다른 접근법으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바로 램프와 갓의 거리를 멀리하는 것. 플라밍고의 부품들은 스테인리스 스틸 줄에 매달려 일직선으로 떨어지는데, 이때 흰색의 열가소성 플라스틱 디퓨저 diffuser가 램프에서 멀리 자리 잡게 된다. 광원과 떨어져 직접적으로 빛이 닿지 않기 때문에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시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 ‘해체된 실루엣’은 새 ‘플라밍고’의 형태를 일차원적으로 구현한 것이 아니라 우아한 자태와 몸짓을 모방하고 극도의 가벼움을 표현한다. 요소 하나하나가 새의 깃털, 부리 하나 닮은 곳 없이 오히려 간결하고 미니멀한 형태를 띠지만, 어딘지 모르게 살포시 내려앉은 홍학을 닮은 조명, Flamingo. 

실린더 형태의 LED 광원은 업라이트와 다운라이트를 모두 가지고 있어 분위기와 필요성에 따라 사용할 수 있으며, 납작한 원뿔대 모양의 디퓨저는 여러 가지 사이즈와 형태로 제공되어 적용되는 공간에 맞는 비율로 배열할 수 있다. 마감 옵션 또한 디자인 트렌드에 맞게 다양하게 제공된다고 한다. 소규모 주거 공간이나 천장이 낮은 곳을 위해 탄생한 플라밍고 미니 버전도 있어 좀 더 콤팩트하면서도 영묘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빛을 찾는다면 꽤 괜찮은 선택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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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designer

스페인의 작은 도시 타라고나에서 태어난 Antoni Arola는 바르셀로나 EINA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저명한 디자인 회사에서 10여년 정도 경력을 쌓은 뒤, 1994년 자신의 이름을 건 조명디자인 스튜디오 Estidi Antoni Arola를 오픈했다. 산업적인 디자인보다 예술적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그의 조명은 스페인 조명회사 Santa&Cole와 협업을 한 작품 Nimba를 시작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Nimba 조명은 그에게 첫 Delta awards(스페인 산업디자인 협회 ADI-FAD)를 안겨주었고, 그는 스페인 조명 디자인의 상업적인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990년대부터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다진다. 그 후 조명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디자인, 향수병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에서 하이라이트를 받으며 디자인 영역을 넓혔다. 2000년대부터는 Santa&Cole, Vibia 등 내로라하는 스페인 조명 회사들과 협업하며 조명 디자인에 매진하고 있다. Arola의 말에 따르면 “디자이너는 단순한 촉매제, 중개자, 필터에 불과하다. 모든 것은 하기 나름이다. 정해진 것은 없다. 그 모든 것을 구체화하는 것, 아이디어를 모두의 삶이 더 나아지게 할 오브젝트로 변환시키는 것, 그것이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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